보건복지부가 2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최근의 저출생 현상은 청년세대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주변에서 결혼이나 출산을 해야 한다고 장려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최슬기 교수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제2차 미래와 인구전략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최 교수는 지난 20년간 저출생 현상이 지속된 가운데 “2015년 이후 결혼 연령과 결혼 이후 첫째·둘째 아이를 낳는 시점이 각각 늦춰지고, 결혼 이후에도 아이를 낳지 않는 비중이 늘고 있다”며 이전과 다른 차원에서 저출생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6월 KDI에서 24~49세 미혼남녀 834명(남성 458명, 여성 3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가족 및 결혼 가치관 조사’를 보면, ‘외부에서 정한 결혼 적령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적령기 이후의 결혼 의향이 48.4%로 적령기 이전(70.8%)에서 뚝 떨어졌다. 남성의 경우 결혼 의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반면 ‘스스로 정한 결혼 적령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결혼 적령기를 지나면 결혼 의향이 남성은 70.5%에서 80.7%로, 여성은 43.1%에서 56.3%로 오히려 높아졌다.
현재 연애 상대가 없는 미혼남녀 557명에 질문한 결과 부모·가족·지인으로부터 결혼하라는 독촉이나 권유를 받았을 때 ‘더 하기 싫어졌다’(26.6%)는 응답이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한다’(12.3%)는 응답의 2배 이상이었다. 절반이 넘는 응답자는 ‘생각에 변화가 없다’(61.0%)고 답했다. 최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청년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을 해소할 제도적 개선, 실질적 지원 없이 계도성 캠페인 정책은 부정적 효과를 내거나 큰 기대는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최 교수는 “대다수 청년에게 결혼과 출산은 절대적인 규범이 아닌 선택의 문제”라며 “다만 결혼과 출산을 원하는 청년들이 실제 희망대로 선택할 수 있는지는 짚어봐야 한다”고 했다. 위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는 1.96명(비동거 미혼자 기준)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저출산 문제는 청년세대의 비명 소리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 일에 대한 욕구, 육아의 어려움 등이 출산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일·가정 양립 정책, 특히 남성의 육아 참여 확대가 정책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바로 전환되지 않고 교육·훈련을 통해 안정적인 직업과 독립을 탐색하는 ‘새로운 성인기’의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스스로를 성인으로 인지하는 시기가 점차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 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청년세대가 부모세대보다 결혼·출산을 늦게 하고, 선택이 된 것은 정상적이고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유 연구위원은 “이는 청소년 세대에게까지 나타나는 거시적 변화”라며 “저출산 정책으로 개인의 인식을 변화시키려고 하기보다는 성인 이행기에 발생하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자립 지원책을 펴야 정책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김향미 기자